본문 바로가기
life

비숑과 사춘기 남매 , 예측 불가능한 동행의 기록

by f.holic 2025. 5. 3.
반응형


오늘은 14살 숑이가 우리 가족이 된 이야기를 짧게 해 볼까 합니다. 그리고 책임감과 결코 쉬운일은 아니란것도 꼭 미리 얘기하고 싶어요. 한 생명체를 책임진다는건 생각보다 많은 마음의 무게도 필요 하답니다.

2012년 6월 가족에게 특별한 존재가 찾아왔습니다. 이름은  숑이라고 지었어요. 까만콩 같은 눈 , 새하얀 털,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가진 비숑 프리제였습니다.

딸은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중학교 3학년.

아이 둘을 키우는 것도 벅차 끝까지 강아지 입양을 반대 했던 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고민의 시간이 필요 없었다는걸 인정합니다.
숑과 함께한 일상은 단순한 반려를 넘어, 가족 모두에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주는 경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첫 만남, 기대와 현실 사이


처음 숑을 집에 데려왔을 때, 아이들은 너무 행복해 어쩔줄 몰랐렀습니다. 딸은 핑크색 방석을 준비하며 설레었고, 아들은 너무 작고 소중하다며 유난을 떨었습니다. 모두가 들떠 있었지만 현실은 예상보다 복잡했습니다.

배변 실수, 밤새 이어진 낑낑거림, 집안 곳곳의 물어뜯긴 물건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숑이는 어느날 갑자기 셋째가 태어난 느낌. 귀엽다는 감정만으론 책임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아주 빨리 깨달았습니다.

다른 성격, 다른 방식의 사랑


딸은 감정 표현이 풍부하면서 사춘기가 시작됩니다. 숑을 끌어안고 말을 걸며, 하루하루 마음을 공유합니다.혼잣말 같지만, 그 속엔 교감이 있죠. 오늘은 친구랑 싸웠어. 넌 내 편이지?하는 말 한마디에 숑은 꼬리를 흔들며 언니에게 위로를 해주고 살짝 언니 손을 핥아 주는 걸로 애정 표현을 합니다.

아들은 우주에 이렇게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있냐고 하루하루 감탄하고 , 남편이야 말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평생 소원을 이룬거 같았습니다. 문득 보면 숑의 물그릇에 물이 새로 담겨 있고, 산책용 리드줄이 말없이 제자리에 놓여 있죠.
이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생명을 사랑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책임, 커다란 성장


비숑은 털 관리가 중요합니다. 매일 빗질하지 않으면 털이 엉키고, 눈물 자국도 자주 닦아야 하죠.귀청소와 발톱 다듬기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처음 약속처럼 모두가 다같이 숑이를 위해 각자 할수 있는 일을 도맡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이부분은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반려견의 의미처럼 가족이 다같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누구 한사람만의 책임이면 곤란합니다. 최소 10년 이상을 같이 먹고 자고 숨쉬며 , 씻기고 먹이고 산책하고 예방접종에 정말 챙겨야 할게 많습니다.

감정 기복과 강아지의 위로


딸은 사춘기의 문을 열고 있었고, 아들은 입시 문제로 복잡한 시기였기에 숑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존재였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방문을 걸어 잠그면 숑이 방문을 긁었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아들의 얼굴엔 묘한 평온이 번져 있었습니다. 딸이 공부를 하면 숑은 옆에서 조용히 책을 물고 도망을 치며 잠시 휴식을 주기도 했죠.

어른조차 위로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감정에 이 작은 강아지는 말 없이 스며들며 치료보다 더 따뜻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었습니다.


웃음과 피로가 공존하는 저녁


저녁 시간은 가장 활기차면서도 피곤한 시간입니다. 숙제, 씻기, 숑이 간식 챙기기, 다음 날 준비까지 챙기려면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숑이 엉뚱하게 방바닥에 뒹굴거나 발을 핥는 모습에 웃음이 터집니다. 식탁 아래를 맴돌며 한 조각이라도 얻어보려는 눈빛은 온 가족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아주며 끝없이 수다를 떨게 합니다.

하루가 끝날 무렵, 딸은 숑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고, 아들은 잠든 강아지에세 뽀뽀를 해주며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했던 14년전 기억을 마무리 해 봅니다.

숑이 우리에게 온 그해, 가족의 온도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시간, 비용, 체력 모두 필요하지만, 그러나 그 모든 수고를 뛰어넘는 보람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 더 부드러워졌고, 서로의 감정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줄 알게 됐죠.

숑은 단지 반려동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향의 형제와 부모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으며, 말보다 따뜻한 존재, 꾸중보다 효과적인 교감, 훈육보다 진심을 나누는 법을 숑을 통해 우리는 배우고 있었습니다.

2025년 숑이는 최강의 동안을 자랑하며 여전히 가족의 막둥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반응형